Q. 대미필담(大味必淡)이란 무엇인가요? A. 한서(漢書)에 등장하는 구절로 ‘정말 좋은 맛은 반드시 담백한 것이다’라는 뜻이다.
Q. 서북면옥과 대미필담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서북면옥은 ‘대미필담’을 매장 전면에 내걸고 영업하는 식당이다.
Q. 서북면옥은 언제부터 영업했나요? A. 1968년 이북을 고향으로 둔 부부가 문을 열었다. 현재는 창업주 부부의 며느리인 이경미 대표가 2대째 운영하며 같은 맛을 이어가고 있다.
大味必淡, 대미필담. 한서(漢書)에 나오는 구절로, '정말 좋은 맛은 반드시 담백한 것이다'라는 뜻이다. 요즘 너무 달고 자극적으로 변한 음식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담백하고 슴슴한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이북음식, 그중에서도 주로 평양냉면을 소개할 때 많이 차용하곤 한다. 이 대미필담이라는 철학을 매장 전면에 걸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식당이 있다. 1968년 개업 후 반백년 세월 동안 맛의 철학을 이어가고 있는 식당. 서북면옥이다.
담백함으로 써 내려간 반백년의 시간
서북면옥은 1968년 이북을 고향으로 둔 한 부부가 이북 음식점을 연 이래 올해 59해째 영업 중인 노포다. 창업주인 이영창 대표의 부인의 출신지인 황해도 지역을 뜻하는 ‘서북’을 넣어 이름을 지었다. 어린이대공원 인근의 이 건물은 1973년 2층을 올리고 1985년 3층을 더 쌓으며 가게와 함께 자라났다. 지금은 창업주 부부의 며느리인 이경미 대표가 2대째 같은 맛을 이어오고 있다.
서북면옥의 외관 -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오랜 세월의 무게가 서린 가게는 간판에서부터 노장의 포스가 강력하게 풍겨나온다. 가게 안 곳곳에는 오래된 안내문들이 붙어 있는데, 하나하나 손님을 생각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한 자리에서 개업 당시와 다르지 않은 메뉴로 변함없이 영업해 왔으니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들더라도 너그러이 봐달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런 자부심 덕분인지 이 집은 서울미래유산이자 백년가게로도 이름을 올렸다. 실향민들이 고향의 맛을 붙들고 서울 곳곳에 냉면집을 열던 시절, 이 가게 또한 그 흐름 속에서 태어나 지금껏 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서북면옥은 냉면, 만두, 수육 등 이북 음식들을 준비하는데, 모든 음식 맛은 ‘대미필담’이라는 철학과 결을 같이 한다. 먼저 평양냉면은 자가제분으로 메밀을 빻아 면을 뽑는데, 완전히 도정하지 않아 메밀껍질까지 함께 갈아 넣기 때문에 면발에 거뭇거뭇한 점이 박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고소한 향이 유난히 진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어떤 이들의 리뷰에서는 순면 100%를 자처하는 집보다도 향이 앞선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면발은 보기엔 투박해 보이지만 연하고 부드러운 편. 툭툭 끊어지는 끊김이 좋아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어느정도 전분을 넣어 뽑기 때문에 탱글함이 살아있다.
서북면옥의 물냉면 - hyoungram님의 인스타그램
육수는 양지와 사태, 채끝을 우려낸 뒤 일일이 기름을 걷어가며 완성하는데, 기본적으로 슴슴하면서도 어느정도 간이 되어 나온다. 고명으로 올린 무절임 때문인지 육수 한 켠에서 은은하게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전체적으로 질리지 않는 맛이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셔도 속이 편안하다. 때문에 이곳에 오면 사발째 들고 들이켜는 손님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서북면옥의 물냉면 - hyoungram님의 인스타그램
서울의 내로라하는 평양냉면 집들이 대부분 강북과 중구에 몰려 있는데, 이렇게 준수한 맛의 평양냉면을 서울 동부권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또한 물가가 오르면서 냉면 값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와중에, 이집은 한그릇 1만2천원을 받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굉장히 저렴한 것도 만족도에 한몫 한다.
냉면 짝꿍 만두와 편육은 필수
냉면에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로는 소고기 삶은 ‘수육’과 돼지고기 삶은 ‘편육’, 그리고 ‘접시만두’가 있다. 보통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고심 끝에 한 가지 메뉴를 고르고는 하는데, 서북면옥은 사이드 메뉴들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이것저것 시켜서 맛보기 좋다.
서북면옥의 접시만두 - hyoungram님의 인스타그램
인기가 좋은 것은 역시 ‘만두’. 두부와 채소가 많이 들어간 만두소를 듬뿍 넣어 주먹만큼 큼지막하게 빚어내는데 모양 내지 않고 투박하고 수수하다. 접시에 6알이 담겨 나오는데, 맛보면 속은 보드랍고 담백하면서도 약하게 참기름 향이 비치는 것이 꽤나 맛있다. 만두가 맛있어서 겨울 시즌 메뉴인 만두국을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도 많고, 냉동 만두를 포장해가는 손님들도 많다. 테이블 한 켠에 비치된 배추 김치를 살짝 얹어 먹으면 뒷맛도 개운하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혼자 방문한 손님은 반접시로도 주문 가능하다.
서북면옥의 편육 - hyoungram님의 인스타그램
돼지고기 편육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인 평양냉면집의 뽀얀 편육과 달리 마치 족발을 연상케하는 거무스름한 모양새인데, 삼겹살 부위를 야들야들하게 삶아내준다. 새우젓을 곁들여서 고기맛을 본 다음에, 생마늘에 고추장을 살짝 찍어 함께 먹으면 감탄이 나오는 맛.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고추장이 고기와 어울림이 좋다.
서북면옥의 수육 - kenbofly님의 인스타그램
소고기 수육은 자박한 육수에 담겨 나와 촉촉하게 즐길 수 있는데, 따로 제공되는 겨자 육장에 찍어 먹으면 소주 한 잔이 절로 당긴다. 재미있는 건 이집은 소주를 주문하면 병째로 내어주는게 아니라 컵에 따라서 준다. 이러면 몰래 먹는 기분이 들어서 더 좋다. 이 집을 찾기 전 미리 알아야 할 것이, 늘 대기 손님이 많기 때문에 음식 추가 주문이 불가하다. 사이드 메뉴들의 양이 많지 않은 편이니 처음부터 냉면과 만두, 고기 메뉴를 함께 시켜 나누어 먹는 것이 이 집을 찾는 이들의 익숙한 순서다.
변치 않는 소박함으로 사랑받고 있는 노포
요즘 이름값 좀 한다는 노포들은 지나온 역사를 훈장처럼 내걸고 고고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게 자칫 단순한 자부심을 넘어가면 불편해지기 마련인데, 이런 와중에 서북면옥의 태도는 마음에 깊이 남는다. 1968년부터 한자리에서 같은 메뉴를 지켜왔노라 담담히 고백하면서도, 자랑 대신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드시더라도 널리 양해해달라'며 짐짓 낮추는 겸손함. 빛바랜 세월을 자만으로 포장하지 않고 손님을 향한 낮은 자세로 환원하는 그 진솔한 문장에서, 수십 년 자리를 지켜온 진짜 노포만의 깊은 품격과 아우라가 은은하게 전해진다. 그리고 이것이 그 어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더 이 집의 세월과 맛을 신뢰하게 만든다.
이 단단한 신뢰를 바탕으로 손님들은 여전히 구의동 작은 냉면집을 찾는다. 땡볕에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협소한 자리탓에 합석을 하는 경우가 생길지라도 말이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해서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곳, 아마 이런 식당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매장 Q&A
Q. 평양냉면 면발은 어떻게 만드나요? A. 매장에서 직접 메밀을 빻아 면을 뽑는다. 메밀을 완전히 도정하지 않고 메밀껍질까지 함께 갈아 넣기 때문에 면발에 거뭇거뭇한 점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Q. 면의 식감은 어떤가요? A. 겉으로 보기에는 투박하지만 실제 식감은 연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Q. 육수는 어떻게 만드나요? A. 양지와 사태, 채끝을 우려낸 뒤 기름을 일일이 걷어가며 완성한다.
▲상호: 서북면옥 ▲주소: 서울 광진구 자양로 199-1 ▲ 식신 별등급: 2스타 ▲영업시간: 매일 11:00-19:30, 매주 일요일 휴무 ▲추천메뉴와 가격: 물냉면 1만2000원, 수육(소고기) 1만7000원, 편육(돼지고기) 1만2000원 ▲식신 ‘549554’님의 리뷰: 말이 필요없는 맛집중에 맛집!!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 방송이 나옵니다!! 순번이 되면 직원이 안내해주는 자리로 가서 앉는데!! 여기서 중요한건 모르는 사람과 한테이블에서 음식을 먹게된다는 점!! 기다림을 줄이기위함인것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것이 불편하신 분들은 힘들 수 있어요!!그러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가게된다는 점!! 만두도 맛나고 냉면도 맛나고!! 어린이대공원 가시는 분들은 꼭 가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대미필담(大味必淡, 좋은 맛은 반드시 담백하다)을 벽에 크게 써 붙이고 영업하는 평양냉면 전문점입니다. 황해도 사리원 출신의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는 평양냉면 전문점입니다. 양지 국물에 야채를 넣어 우려낸 육수와 메밀의 함량이 높은 거무스름한 면발이 구수합니다. 채소와 두부를 넉넉히 넣은 평양식 만두와 진한 사골 국물의 만둣국도 인기 메뉴입니다. 공간이 좁아 성수기의 경우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