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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동 ‘나정순할매쭈꾸미’
용두동 쭈꾸미 골목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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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FAQ

Q. 왜 쭈꾸미는 매운 음식인가요?
A. 고추장 기반 양념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해산물

Q. 맛있는 쭈꾸미의 기준은?
A. ✔ 질기지 않은 식감
✔ 물기 없이 농축된 양념
✔ 중독성 있는 매운맛

Q. 이 집이 특별한 이유는?
A.  ‘쭈꾸미 + 깻잎 + 천사채’ 조합 완성

 

 

 

음식의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 가운데 하나는 '조합'이다. 각각의 재료가 홀로 설 때와 함께 어우러질 때, 전혀 다른 차원의 맛이 태어난다. 프랑스 요리 철학에는 '마리아주(mariage)'라는 개념이 있다. 포도주와 음식이 서로 결혼하듯 어울리며 둘 다 더욱 빛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지고한 '음식의 결혼'이 꼭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불판 위에서 빨갛게 완성되는 쭈꾸미 한 점을 집어, 천사채 샐러드를 얹은 향긋한 깻잎 위에 올리고, 알싸한 통마늘 하나를 더한 순간, 그 작은 한 쌈 안에 깊고 넓은 맛의 우주가 펼쳐진다. 뜨거움과 시원함, 매움과 고소함, 쫄깃함과 아삭함이 한꺼번에 입 안으로 밀려든다. 오늘의 노포기행은 이 매혹적인 조합의 성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나정순할매쭈꾸미'이다.

 

 

드럼통 여덟 개에서 시작된 쭈꾸미 골목의 어머니

 

 

 

큼직한 쭈꾸미 동상이 늠름하게 경례하고 있는 용두동 쭈꾸미 골목.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인근에 위치한 이 골목 어귀를 들어서면 매콤한 양념 냄새와 불판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먼저 코를 자극한다. 이 골목은 1990년대 초부터 형성된 거리로 쭈꾸미를 매운 양념에 볶아내는 별미로 손님들을 불러모은다. 매운 맛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중독, 처음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도전의 맛이다. 

 

 

나정순할매쭈꾸미 외관 -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이 쭈꾸미 골목의 시작이 바로 나정순할매쭈꾸미다. 1981년, 전남 목포 출신 나정순 할머니는 용두동에서 ‘호남식당’이라는 작은 백반집을 열었다. 주변 가내수공업 공장 노동자들이 주 고객이었다. 어느 날, 남은 재료로 쭈꾸미를 볶아보았는데 그 맛이 입소문을 탔다. 1988년부터는 드럼통 8개를 놓고 본격적으로 쭈꾸미 볶음을 주 메뉴로 삼아 장사를 시작했다. 식당의 정식 상호는 '호남식당'이지만, 세월이 쌓이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인 할머니의 이름을 붙여 '나정순할매쭈꾸미'라 불렀다. 입소문은 골목을 타고 퍼졌고, 하나둘 쭈꾸미 가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8개 드럼통으로 시작한 가게는 현재 바로 옆 30석 규모의 별채를 둘 만큼 커졌다. 한 할머니의 손맛이 골목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낸 셈이다.

 

 

‘쭈꾸미와 깻잎, 천사채’가 빚어내는 입체적인 맛

메뉴는 쭈꾸미 단 하나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주문을 마치면 이내 빨간 양념옷을 곱게 입은 쭈꾸미가 나온다. 보통 이런 철판볶음을 파는 집들은 여러가지 채소들을 함께 넣어 먹는데, 여긴 표고버섯 몇 점 외에는 오로지 쭈꾸미 뿐이다. 척 보기에도 쭈꾸미 사이즈가 크고 실해서 볶기도 전부터 설렘이 인다. 단골들은 테이블에 비치된 통마늘을 쭈꾸미와 함께 불판 위로 올린다. 푹 익어 달큰하고 부드러운 마늘이 별미이기 때문이다.

 

나정순할매쭈꾸미의 쭈꾸미볶음 - kammyyyyy_님의 인스타그램

 

쭈꾸미가 점차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며 익어갈 때, 감칠맛이 응축되는 소리가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울린다. 조리하며 발견할 수 있는 이집 쭈꾸미의 특징은, 볶을 때 물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집에서는 물을 뺀 상태의 쭈꾸미를 특별히 공수한다고 밝혔는데, 이런 상태여야 불판에 넣고 조리했을 때 물이 흥건해지지 않고 양념을 그대로 먹는다. 양념은 고추장과 각종 향신료를 배합한 것으로,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지만 계속 먹게 되는 중독성있는 맛이다. 

 

쭈꾸미가 다 익었다면 맛있게 먹을 차례다. 이 집의 진가는 ‘쌈 싸 먹는 재미’에 있다. 통통하게 익은 쭈꾸미 한 점을 집어 깻잎 위에 올린다. 그 위에 마요네즈로 버무린 천사채를 넣고 쌈을 싸서 먹으면 된다. 쭈꾸미의 쫄깃한 식감에 천사채의 뽀득뽀득한 식감이 더해진다. 마요네즈의 크리미한 고소함이 매운 맛을 중화하면서 깻잎의 향긋한 향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손님들 대부분은 천사채를 서너번 리필할 정도로 천사채는 쭈꾸미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짝꿍이 되어준다. 

 

나정순할매쭈꾸미의 쭈꾸미볶음 - jeje_vely님의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왜 하필 천사채와 깻잎인가? 천사채 우뭇가사리로 만드는 식재료이긴하나 보통 회 밑에 까는 용도로 쓴다. 식당에서 천사채 샐러드가 나온다고 하면 십중팔구는 쭈꾸미 파는 집이다. 쭈꾸미와 천사채의 조합의 장점은 우선 식감에 있다. 쭈꾸미는 쫄깃한 식감이 장점인 식재료라 식감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가 천사채다. 입안에서 쫄깃하면서도 오독오독한 식감의 파티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를 마요네즈 양념에 버무려 매운맛이 계속 누적되지 않고 리셋되게 만들었다. 매운맛을 잘 못먹는 사람은 천사채를 더 많이 넣어 양념을 희석하기도 하는 역할도 한다.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쭈꾸미볶음의 원조로 소개되는 곳은 인천에 위치한 '우순임할머니쭈꾸미'인데, 여기서도 천사채는 나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용두동 골목이 이 조합의 원조로 보인다. 

 

나정순할매쭈꾸미의 쭈꾸미볶음 - kammyyyyy_님의 인스타그램

 

또 쭈꾸미는 고추장 기반의 맵고 자극적인 양념인데, 수분이 많아 맛을 희석시키는 상추와 달리 깻잎은 알싸한 향으로 강한 양념 맛에 밀리지 않고 풍미를 돋운다. 또한 페릴라 케톤, 에고마 케톤 등의 성분이 있어 해산물 특유의 비린맛도 제거한다. '불'자가 붙은 아주 매운 음식점들이나 회무침 등을 판매하는 식당들에서 밑반찬으로 깻잎을 내는 이유다. 아주 매운 맛의 쭈꾸미, 그 맛을 중화해주고 식감에 재미를 더하는 천사채 샐러드, 그리고 향긋한 깻잎이 만드는 삼위일체의 맛. 불판 위 쭈꾸미를 연신 뒤적이고, 열심히 쌈 싸 먹느라 끝까지 손이 바쁜 식당이지만 이 중독성 때문에 계속 찾게 된다.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K-후식 볶음밥

쭈꾸미를 거의 다 먹었다고해서 자리를 뜨면 안 된다. 아직 이 식사의 대미가 남아 있다. 붉은 양념이 진하게 배어든 철판에 밥을 얹고, 참기름 한 바퀴에 김가루를 더해 볶기 시작하면 식당 안이 고소한 향기로 가득 찬다. 쭈꾸미의 매운 기운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고, 철판 가장자리부터 슬슬 누룽지처럼 눌어붙기 시작할 때 숟가락으로 긁어 올리는 그 맛은 가히 감동적이다. 된장찌개가 서비스로 나오는데, 집된장 느낌의 이 찌개가 또 꽤나 별미다. 국물과 밥을 연신 떠먹으면 쭈꾸미로 불타올랐던 속이 이내 잠잠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든든하게 식사가 마무리된다.

 

nini_uuuu님의 인스타그램

 

골목을 만든 할머니의 손맛은 계속된다.

드럼통 여덟 개에서 시작된 작은 가게는 어느새 골목을 만들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쭈꾸미 하면 생각나는 전설이 되었다. 용두동 쭈꾸미 골목은 이제 여러 집이 경쟁하지만, 나정순할매쭈꾸미는 ‘원조’라는 타이틀을 지키며 차분히 자리를 지킨다. 나정순 할머니는 손님들에게는 무뚝뚝하기로 유명했지만 손님들을 향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할머니는 매년 새해가 되면 동대문구청이나 주문센터에 쌀을 남몰래 두고 가다 2013년 쌀을 놓아 두고 가는 모습이 직원에게 발각되면서 ‘얼굴 없는 천사’임이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할머니는 한 인터뷰에서 ‘손님들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났으니 나도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에서 기부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조용한 선의처럼 가게의 철학 역시 꾸밈없이 단순하다. 비법 대신 좋은 재료, 단 하나의 메뉴로 수십 년을 버텨온 고집이 그러하다. 

 

지금도 매일 밥 때가 되면 용두동 골목은 불판 연기와 사람들로 북적인다. 손님들은 빨간 양념이 익어가는 철판 앞에서 바쁘게 깻잎 쌈을 싸며 도란도란 인생의 희노애락을 나눈다. 이 시끌벅적한 공간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건, 비단 쭈꾸미의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 할머니가 드럼통 앞에서 처음 불을 올리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정성과 조합의 마법이 이 골목의 불씨를 계속 살아있게 한다.

 

 

매장 Q&A

Q. 왜 ‘원조’로 불리나요?
A. 골목 형성의 시작점

Q.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A. 단일 메뉴 + 꾸준함

Q. 이 집의 본질은?
A. “조합의 힘”

 

▲상호: 나정순할매쭈꾸미
▲주소: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 144
▲ 식신 별등급: 2스타
▲영업시간: 월~토 11:30-21:00 (B·T 15:0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추천메뉴와 가격: 주꾸미 1인분 1만5000원, 볶음밥 3000원, 주먹밥 3000원
▲식신 ‘규슐랭님의 리뷰: 맵찔이에겐 한계점을 살짝 넘는 매운맛이지만 그 매운맛이 불닭처럼 미친듯이 맵기위해 만든 매움이 아닌 맛있게 매움이라 혓바닥은 고통스럽지만 참고 견뎌내며 먹는 매력이 있다 단군의 후예 한국인은 참을 수 없는 통마늘은 일단 가득 때려넣고 볶다 보면 국물이 졸아들고 맛있음이 극대화되는 포인트가 나오는데 그때 깻잎과 천사채 가득 넣고 쌈싸먹으면 그나마 매움이 중화된다 공식 디저트인 볶음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

 

 

  • 나정순할매쭈꾸미

    서울-강북-경희대/청량리/외대, 낙지/문어/주꾸미 > 한국음식
    출처 : kammyyyyy_님의 인스타그램
    출처 : nini_uuuu님의 인스타그램
    출처 : nini_uuuu님의 인스타그램
    출처 : jeje_vely님의 인스타그램
    출처 : jeje_vely님의 인스타그램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 등 16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양념 맛으로 소문난 ‘나정순 할매 쭈꾸미’입니다. 주꾸미 골목 속 수많은 매장들 가운데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는 곳입니다. 대표 메뉴는 양념 주꾸미 볶음요리인 ‘주꾸미’로 이 집의 단일 메뉴입니다. 양념된 주꾸미는 표고버섯과 함께 철판에 볶아 먹습니다. 붉은빛 양념은 맵지만 달짝지근한 감칠맛으로 중독적인 맛입니다. 흰밥에 바로 비벼 먹어도, 김가루를 넣고 볶아 먹는 ‘볶음밥’도 별미입니다.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맛의 주꾸미는 제공되는 깻잎에 마요네즈에 버무린 천사채 무침을 곁들여 먹는 법을 추천합니다.

    메뉴 정보

    주꾸미(350g), 참이슬, 하이트, 복분자, 청하, 매화수, 볶음밥, 주먹밥

    별 인증 히스토리

    맛집 근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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